조업일 감안하면 일평균 27%↓ 반도체 41%↓·대중수출 35%↓
수입은 207억달러… 2.7% 늘어 무역적자 2022년 절반 수준 육박
정부, 무역금융 2조원 더 확대 미래차 핵심기술 세제 지원 등
수출 조기 반등 위한 총력 대응
수출 부진의 골이 깊어지고 있다. 이달 들어 10일까지 수출액이 전년 같은 기간보다 16% 이상 줄었다. 수출의 버팀목이라고 할 수 있는 반도체가 글로벌 수요 둔화로 40% 이상 준 가운데 대(對)중국 수출 역시 큰 폭의 감소세를 지속하는 등 중국의 리오프닝(경제활동 재개) 효과도 아직 나타나지 않고 있다. 수출은 감소한 반면 수입은 늘면서 올해 누적 무역수지 적자 규모는 200억달러를 넘어 지난해 전체 무역 적자액의 절반에 육박했다.
사진=연합뉴스
13일 관세청에 따르면 3월 1~10일 수출액(통관 기준 잠정치)은 157억9100만달러로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16.2%(30억5000만달러) 감소했다. 이 기간 올해 조업일수가 작년보다 하루 많았던 점을 고려하면 일평균 수출액은 지난해 대비 27.4% 줄었다. 지난해 10월부터 지난달까지 수출액이 5개월 연속 감소세를 보였는데 이달에도 수출 전선에 경고등이 켜진 셈이다.
품목별로는 반도체 수출액이 1년 전 대비 41.2% 줄었다. 반도체는 지난달까지 월간 기준 7개월 연속 역성장하는 기조를 이어가고 있다. 석유제품(-21.6%), 무선통신기기(-31.9%), 정밀기기(-23.9%) 등의 수출액도 1년 전보다 줄었다. 주요품목 중 유일하게 승용차(133.7%)만 늘었다.
국가별로는 최대 교역국인 대중 수출이 35.3% 감소했다. 대중 수출 감소세는 지난달까지 9개월째 지속되고 있다. 유럽연합(-6.2%), 베트남(-16.4%), 일본(-7.3%) 등도 줄었다. 반면 미국(5.6%), 인도(5.5%) 등으로의 수출은 증가했다.
이 기간 수입액은 207억8600만달러로 2.7%(5억6000만달러) 늘었다. 반도체(1.5%), 기계류(11.8%), 석탄(31.9%) 등에서 수입액이 늘었다. 이에 따라 이달 1~10일 무역수지는 49억9500만달러 적자를 기록했다. 올해 들어 이달 10일까지 누적 무역적자 규모는 227억7500만달러로 집계됐다. 이는 연간 기준 역대 최대였던 지난해 무역적자(478억달러)의 약 절반(48%)에 해당하는 수준이다.
정부는 수출이 빠른 시일 내에 반등할 수 있도록 총력 대응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정부는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주재로 이날 수출책임관회의를 열고 ‘수출 활성화를 위한 현장애로 해소 및 추가 지원방안’을 발표했다. 정부는 고금리로 자금조달에 애를 먹고 있는 수출기업을 지원하기 위해 올해 최대 362조5000억원으로 계획한 무역금융을 2조원 더 늘리기로 했다. 최대 0.6%포인트의 금리우대가 적용되며 이달 중 일정 요건을 만족하는 수출 중소·중견기업에 공급할 예정이다. 정보제공·컨설팅·취득비용 등 해외인증 원스톱 지원창구도 4월 중 만들어 수출기업의 편의를 높이기로 했다.
품목별 지원방안도 마련된다. 대표적으로 자율주행, 수소차 등 미래차 핵심 기술을 조세특례제한법상 신성장·원천기술로 지정하는 방안이 검토된다. 현재 신성장·원천기술 투자는 기업 규모에 따라 3~12%의 세액공제를 적용받는다. 아울러 신규 선박 수주 증가세에 맞춰 조선업에 대한 산업은행·수출입은행 금융 지원 확대 방안을 만들고 선수금환급보증(RG) 특례 보증 비율도 현재의 70∼85%보다 상향하는 방안도 추진된다.
전문가들은 중국의 경제 사정 등 대외 요인에 휘둘리는 우리의 수출 구조를 장기적인 관점에서 개선할 필요가 있다면서 정부가 경기가 안정되는 하반기 이후부터 산업 구조조정에 나설 필요가 있다고 주문했다. 양준모 연세대 경제학과 교수는 “중국은 이미 자국 내에서 생산하자는 자국 중심주의를 표방하고 있기 때문에 그간 우리가 공식이라고 생각했던 중국 중심의 수출 구조는 (효과가) 사라진 지 오래됐다”며 “(우리 기업이) 중국 중심의 반도체 생태계에서 나와 국내로 들어오게 하는 유인책을 쓰는 등 안정적으로 반도체 사업을 운영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양 교수는 이어 “반도체에 가려 신경을 쓰지 못했던 조선, 철강, 석유화학, 전기차 등의 경쟁력 강화에 나서는 한편 로봇산업 및 디지털산업 등 21세기형 산업구조를 먼저 구축한다면 수출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출처 - 세계일보 / 세종=이희경 기자, 채명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