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 중심으로 인도네시아, 싱가포르도 주목…철저한 시장조사 필수
글로벌 물류 시장이 심상치 않다. 중국에 몰렸던 글로벌 기업들이 거점을 동남아 지역, 그중에서도 베트남으로 대거 옮기면서 물류기업들 역시 덩달아 베트남 시장을 기반으로 한 네트워크 확대에 나서고 있다. 중국, 그리고 베트남으로 이어지고 있는 글로벌 물류의 다음 목적지로는 또 다른 거대한 대륙 인도와 가능성의 땅 인도네시아, 그리고 글로벌 무역의 중심지인 싱가포르 등이 주목받고 있다. 하지만, 새로운 글로벌 물류거점을 향한 성공적인 도전을 위해서는 각 시장에 대한 철저한 조사와 준비가 동반되어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중국에서 베트남으로, 바뀐 글로벌 시장 거점 지형도
주요 글로벌 기업들이 중국에서 거점을 이동하려고 하는 가장 큰 원인은 최근까지 이어졌던 중국 내 코로나로 인한 봉쇄다. 이미 코로나로 인한 봉쇄로 공급망 붕괴라는 홍역을 앓은 글로벌 기업들은 포스트 코로나 시대를 앞두고 있는 시점에서도 중국 정부 차원의 봉쇄정책이 지속되자 발 빠르게 거점을 이동시켰다. 대안으로 선택받은 곳은 동남아를 대표하는 잠재력의 땅, 베트남이다. 미국 애플은 올해부터 맥북 컴퓨터 모델의 일부 생산을 베트남에서 생산하기 시작했고 아이폰과 아이패드 등 최신형 모델들의 생산거점도 순차적으로 베트남으로 이전한다는 계획을 밝혔다. 일본의 게임 개발기업인 닌텐도 역시 주력 제품인 ‘닌텐도 스위치’의 생산 라인을 중국에서 베트남으로 옮긴 바 있다. 이에 대해 국내 무역중개 플랫폼 운영사 관계자는 “코로나 이슈, 미중 갈등, 정부에 대한 시위 등 중국 내에서 잇따라 다양한 변수가 쏟아져 나오면서 우리 시스템을 활용하는 국내 대형 고객사들이 중국을 떠나 베트남에 새로운 거점을 마련하는 움직임이 많이 포착됐다”고 설명했다. 국내 물류업계 관계자는 “몇몇 글로벌 기업과 국내 기업들이 중국에서 베트남으로 거점을 옮기기 시작하면서 물류기업들 역시 베트남에 더 큰 관심을 쏟기 시작했다”며 “앞으로 베트남을 중심으로 생산되는 물량이 더 늘어날 것으로 보이기 때문에 베트남을 거점으로 한 물류서비스도 더 확대될 것”이라고 말했다.
베트남 이후 새로운 목적지, ‘인도’를 주목하라
분명 베트남 시장은 현재 뜨거운 감자임이 확실하다. 가파르게 상승하고 있는 경제성장률과 더불어 최근에는 이커머스까지 자리잡으면서 베트남은 특히 국내 물류기업들의 새로운 목적지로 주목받고 있다. 실제 CJ대한통운, 롯데글로벌로지스, 한진 등 국내 주요 택배기업들은 물론 LX판토스, 현대글로비스, 로지스밸리 HTNS 등 물류기업들은 일찍이 베트남 물류시장에 노크하기 시작했다. 최근에는 코코넛사일로 등과 같은 스타트업들도 새로운 기술력과 솔루션을 무기로 베트남에 도전장을 내고 있기도 하다. 한 업계 관계자는 “베트남은 이미 2010년대부터 주목받았던 시장으로 많은 기업들이 거점을 마련해 네트워크를 확장해놓고 있다”며 “베트남 시장에서의 영향력 확대와 함께 물류업계는 새로운 거점으로 주목받을만한 제3의 목적지를 찾아야 한다”고 의견을 표했다.
그리고 떠오르는 대표적인 제3의 시장은 바로 거대한 땅, 인도다. 올해 중국을 제치고 전 세계 인구순위 1위에 등극할 것이 분명해 보이는 인도의 경제성장이 심상치 않다는 것이 업계 전문가들의 전망이다. 한 글로벌 경제 전문가는 “외형적인 성장도 성장이지만 최근 인도 시장에 주목해야 할 부분은 바로 내수시장이 가파르게 확대되고 있다는 점”이라며 “글로벌 고금리 현상과 경기 침체에도 불구하고 인도 내수시장은 꾸준히 성장할 것으로 전망되고 이를 발판으로 인도는 미 금리 인상 등과 같은 부정적 외부 이슈에 의한 충격을 상대적으로 적게 받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든든한 내수시장이라는 무기로 인도 정부 역시 인프라 구축에 속도를 내는 모양새다. 특히 주목되는 부분은 철도, 항만 등 물류 관련 인프라 확충이다. 모디 인도 총리는 지난해 물류시장 확대 등의 목표를 담은 5개년 국가 인프라 구축계획을 발표한 바 있는데 이 계획에 인도 정부는 약 100조 루피를 투자한다는 계획이다. 코트라가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현재 인도에서는 인도 전역을 잇는 철도 인프라인 ‘화물전용회랑(DFC)’ 건설 프로젝트가 진행되고 있는데 이 프로젝트는 올해 3월 마무리를 목표로 속도는 내고 있다. 이와 함께 항만 인프라 구축을 위해서는 ‘사가르말라 개발 계획’이 진행되고 있다. 약 7,500km 해안선 규모의 항구를 개발하는 내용을 담은 이 프로젝트가 성공적으로 마무리된다면 인도 내에서 화물을 운송할 때 기존 도로 운송에 비해 약 4배 이상의 화물량을 절반 수준의 비용으로 운송할 수 있게 돼 물류 효율성이 대폭 향상될 전망이다. 이와 같이 인도 정부 차원에서 물류산업에 비중을 두고 있는 만큼, 향후 국내 물류기업에게도 인도 시장은 더 큰 기회의 땅이 될 수 있다.
‘무조건 이룰 수 있는 드림?’ 숨겨진 허들 조심해야
분명 제3시장은 가능성의 땅이며 기회의 땅이기도 하다. 하지만 한 무역업계 관계자는 철저한 준비없이 이들 시장에 무턱대고 진출한다면 숨겨진 허들에 걸려 넘어질 수 있다고 경고한다. 현재 글로벌 시장에서 제3시장으로 주목받는 몇몇 국가에서 자국 시장의 보호하기 위한 정책을 추진하고 있는데 이것이 해당 시장을 대상으로 하는 국내 기업들에게는 치명적일 수 있다는 설명이다. 대표적인 예가 인도와 함께 주목받고 있는 인도네시아와 글로벌 무역의 중심지로 불리는 싱가포르다. 먼저 인도네시아는 자국 산업 보호를 목적으로 인도네시아에 수입되는 주요 상품군을 대상으로 필수적인 인증제도를 시행하고 있다. 식품과 화장품, 의약품에서부터 철강, 전자기기, 공산품에 이르기까지 대부분의 품목이 이 제도하에 있다. 인도네시아는 현재 필수인증을 거쳐야 하는 수입품목 대상을 오는 2024년부터 확대한다는 방침을 밝히기도 했다. 싱가포르의 경우 올해부터 수입상품에 대한 부가가치세 비율을 인상했다. 약 10년 가까이 7%를 유지했던 싱가포르의 수입상품 대상 부가가치세 비율은 1% 인상돼 올해부터 8%가 적용되고 있다. 1%라는 인상 폭이 당장은 크게 다가오지 않을수도 있지만 품목에 따라서는 충분히 큰 영향을 받을 수 있다고 업계 관계자들은 말한다. 한 수출업계 관계자는 “오는 2024년에는 부가가치세가 9%로 더 오른다는 소식이 전해지고 있는 가운데 이에 대한 철저한 대비를 해야 성공적으로 물류시장에 자리잡을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