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6일, 2022 카타르 월드컵의 한국·브라질 16강전이 열린 스타디움974는 경기 외적인 측면에서도 세계인의 관심을 끌었다. 이 경기장은 카타르의 국제전화 국가번호인 974에 맞춰 재활용 컨테이너 박스 974개를 조립해 지은 임시 구장이어서다. 모두 13경기를 치른 뒤 철거된 컨테이너들은 아프리카 등지에 기증돼 새 용도로 쓰이게 된다. 컨테이너의 변신인 게다.
이 같은 사례는 숱하다. 컨테이너가 주택과 사무실로 사용된 지 오래다. 최근엔 소규모 실내 작물 재배용으로 개조돼 비닐하우스를 대신하기도 한다. 부산국제영화제(BIFF)의 컨테이너 활용은 유명하다. 영화제 때마다 컨테이너로 ‘비프 빌리지’ 같은 복합 문화공간을 만들어 야외무대 인사, 토크쇼, 핸드프린팅 등 부대행사를 진행한다.
1956년 미국에서 첫선을 보인 컨테이너는 화물 운송용으로 제작된 기물. 폭 8피트, 높이 8.5피트에 길이 20피트(약 6m)와 40피트짜리가 있다. 현재 전 세계 컨테이너의 90% 이상이 CIMC, 둥펑, CXIC, FUWA 등 중국 기업에서 생산된다. 1990년대 국내 컨테이너 제조업계가 세계 점유율 1위를 차지했지만, 중국 업체들의 저가 공세에 밀려 2000년대 들어 사실상 생산을 포기했다.
컨테이너가 이젠 우리나라 기술에 힘입어 변신을 넘어 똑똑한 물류 용기로 진화하고 있다. 지난 17일 해양수산부는 2년간 추진해 온 ‘컨테이너 IoT(사물인터넷) 보급’ 시범사업을 완료했다. 이로써 선사와 화주는 컨테이너에 부착된 IoT 장비를 통해 컨테이너 위치와 내·외부 상태를 확인할 수 있게 됐다. 해수부는 또 동아대 스마트물류연구센터와 IoT, AI(인공지능), 빅데이터 기술을 접목한 ‘스마트 컨테이너’ 개발에 나서 실용화 단계에 있다. 이는 실시간 화물 모니터링과 위치 추적, 컨테이너 내 온도와 습도 원격 제어도 가능한 최첨단 시스템이다.
이에 앞서 농촌진흥청은 지난해 11월 온·습도는 물론 산소·이산화탄소 농도를 조절해 농산물 신선도를 오래 유지할 수 있는 ‘CA 컨테이너’ 개발에 성공해 신선 농산물의 선박 수출길을 열었다. 그간 대부분 농산물 수출은 선도 유지를 위해 운임이 비싸고 빠른 항공기를 이용해야만 했다. 해수부와 농진청의 컨테이너 신기술은 화물 수송의 안전성과 신뢰도를 획기적으로 높일 전망이다. 글로벌 기술 패권전쟁 시대에 한국 해운·물류산업의 경쟁력 강화와 수출 활성화에 크게 기여할 초격차 기술이다. 상용화가 빨리 이뤄져 세계 시장을 주도하길 기대한다.
출처 - 부산일보, 강병균 기자